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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10.23 저들의 자신감이 두렵다 (2)

 

 

1.
고집불통 ‘할배’가 있었어.
자동차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은퇴한 후, 낡은 집을 수리하거나 저녁때 테라스에 나와 애견을 옆에 앉혀놓고 담배를 피우고 맥주를 마시는게 소일거리였지.
전쟁에 참전해 상처를 받았는지 늘 뭔가를 괴로워하고, 부인이 죽고 난후에는 고집불통 성격 탓에 자식들과도 왕래를 거의 하지 않은 듯 했어.
그런데 할배는 모든 게 혼란스러워. 지금까지 자신이 옳다고 믿고 살아왔던 많은 가치들이 변하는 것을 보는게 영 불편했어.
무엇보다 이웃이라 여기던 이들은 모두 이사 가거나 죽고 난 동네에 외국인 이민자들이 들어와 살고 있는게 영 못마땅해. 왜 저들은 우리가 애써 만든 나라에 몰려와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일까, 그런 거였지.
어느 날 이웃집 이민자 소년이 갱단의 협박으로 자신이 아끼던 자동차를 훔치려던 것을 막는 와중에 본의 아니게 할배는 소년 가족들의 영웅이 되지. 이후 이들과 교류하며 할배는 자신이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했던 삶의 가치들이 오히려 이들에게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어느덧 그들을 이해하는 자신과 마주하게 돼.
그리고 마침내 보편적인 삶의 가치와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게 돼.

 

2.
맞아. 크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 <그랜 토리노> 얘기야.
미국에서 진정한 보수주의자라고 칭송을 받는 그는 영화에서 ‘보수주의가 지켜야 하는 가치’란 어떤 것인지를 담담하지만, 감동적으로 보여줘.
갑자기 <그랜 토리노>가 생각난 것은 최근 인터넷에서 본 한장의 사진 때문이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중학생들을 보도한 <오마이뉴스>의 기사였어. 기사의 사진에서 학생들은 ‘대한민국 역사 교육은 죽었습니다’란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행진해. 그런데 느닷없이 어떤 사람이 학생들에게 발길질을 하는 거야.
사진에 얼굴은 나오지 않지만 입은 행색으로 보아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남자였어.
시쳇말로 뚜껑이 열리더라.
이름에 붙은 단어를 부끄럽게 만드는 몇몇 자칭 보수단체들의 수준 이하 행동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건 너무한다 싶더라고…. 발길질을 해도 어느 정도 비슷한 상대에게 해야지…. 손자뻘되는 애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을 걸까. 아니면 요즘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이런 행동을 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할만큼 퇴행한 걸까.

 

 

3.
‘진보주의자는 공감을 중시하는 반면 보수주의자는 예의를 중시한다’고 누군가 얘기했어. 진정한 보수는 품격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성찰이 있어야 한다는 말 아니겠어.
물론, 지금의 역사교과서 문제가 보수와 진보의 문제냐, 또는 우리나라의 보수가 ‘진짜 보수’냐 라는 물음 앞에 이런 것은 무의미해 지지만 말이야.
요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다보면 솔직히 좀 두려워.
국정화에 반대하는 학자들에 대해 “우리나라 역사학자 90%가 좌파”라고 아주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자신감이 두려워. 150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가진 당의 의원총회에서, 절반 이상의 국민이 반대하는 사안을 일사천리로 당론으로 채택할 수 있는 그 자신감이 두려워.
중학생들을 향한 발길질과 집권세력의 자신감은 한뿌리라는 생각이 들어. 뭘해도 결국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거지.
자유당때 깡패를 동원해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을 백주 대낮에 두들겨 팼다지. 눈앞의 부조리에 대해 귀찮고 불편해 외면하는 사이, 우리는 이미 자유당으로 돌아간 것인지도 모르겠어.

Posted by 조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