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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대국이 세계인의 관심 속에 막을 내린 가운데 최근 정부가 AI 등 지능정보기술산업 분야에 올해부터 5년 동안 1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나서서 미래의 먹거리를 찾겠다는데 사족을 달 이유야 없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반응은 개운치만은 않은 듯하다. 국민적 관심에 편승해 또 하나의 전시성 정책을 던져놓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2019년까지 지식 축적 분야의 기술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다’는 당찬(?) 목표를 듣다 보면, 중화학공업 시대의 잣대로 ICT(정보통신) 산업을 바라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들 한다.
 ‘아이폰 혁명’ 이후 ‘한국의 스티브 잡스’는 국가적인 화두였다. 민·관이 따로 없었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육성하겠다”며 시작한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사업’도 그중 하나다. ‘한국형 스티브 잡스’를 배출하겠다며 연간 수십억원을 들여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취업준비생들의 스펙쌓기용으로 전락했다”(전병헌 의원 2015년 국감자료)는 비판을 받았다.
 때마다 ‘한국의 주커버그’ ‘한국의 빌 게이츠’ 등 구호는 요란하지만 결실은 없다.
 ICT산업, 그중에서도 AI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분야다. 상상력과 열정 가득한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 토양에서나 가능한 분야다.

 

 # 2.
 ‘아이폰의 아버지’ 잡스와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의 공통점은? 게임회사에서 경력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잡스의 첫 직장은 오락실용 게임을 만들던 ‘아타리’다. 1974년 대학교를 중퇴한 잡스는 ‘놀면서 일한다’는 광고에 이끌려 아타리에 들어가 게임 기획자로 일했다. 잡스의 친구인 워즈니악 역시 게임광이었다. 두 사람은 게임을 즐기며 뒷날 세상을 바꾼 ‘애플 신화’의 프롤로그를 써내려 갔다.
 허사비스의 이력 역시 게임과 뗄 수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게임 개발자가 된 그는 <신디케이트> <테마파크> 등의 게임을 만들었다. 이후 캠브리지에서 컴퓨터공학 학사 과정을 마치고 업계에 복귀한 그는 세계적 게임개발자 피터 몰리뉴와 함께 게임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명작 <블랙&화이트>를 개발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인공지능 프로그래머였다.
 게임회사에서 일하면서 허사비스는 게임이야말로 가장 창의적인 작업이며 ‘인공지능의 창의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세돌 9단과의 바둑대결이나 <스타크래프트>를 다음 도전상대로 지목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3.
 지난달 25일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게임을 마약·알코올처럼 질병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지며 여론이 들끓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게임중독이 당장 질병코드에 등록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조만간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은 분명하다.
 물론 게임에 대한 규제 시도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게임업계의 우려는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지난해 복지부가 공개한 공익광고에는 현실과 게임을 구분 못하고, 초췌한 상태로 게임에 몰두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게임이 질병으로 관리된다면, 인재의 유입이 줄어 산업의 근간이 허물어 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허사비스’는 요원하다.
 남궁훈 카카오 부사장은 최근 “게임산업의 발전은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공지능 등 수많은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고 싶다면 게임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사비스는 왜 수많은 작업 중에서 게임을 인공지능이 도전해야 할 분야로 본 것일까. 그 자신이 게임을 개발하면서 인공지능에 눈을 떴고, 게임이야말로 창의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허사비스는 게임 업계에 공헌한 것을 인정받아 2009년 영국 왕립예술협회 특별회원이 됐다.  

Posted by 조진호

 

 

1.
고집불통 ‘할배’가 있었어.
자동차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은퇴한 후, 낡은 집을 수리하거나 저녁때 테라스에 나와 애견을 옆에 앉혀놓고 담배를 피우고 맥주를 마시는게 소일거리였지.
전쟁에 참전해 상처를 받았는지 늘 뭔가를 괴로워하고, 부인이 죽고 난후에는 고집불통 성격 탓에 자식들과도 왕래를 거의 하지 않은 듯 했어.
그런데 할배는 모든 게 혼란스러워. 지금까지 자신이 옳다고 믿고 살아왔던 많은 가치들이 변하는 것을 보는게 영 불편했어.
무엇보다 이웃이라 여기던 이들은 모두 이사 가거나 죽고 난 동네에 외국인 이민자들이 들어와 살고 있는게 영 못마땅해. 왜 저들은 우리가 애써 만든 나라에 몰려와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일까, 그런 거였지.
어느 날 이웃집 이민자 소년이 갱단의 협박으로 자신이 아끼던 자동차를 훔치려던 것을 막는 와중에 본의 아니게 할배는 소년 가족들의 영웅이 되지. 이후 이들과 교류하며 할배는 자신이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했던 삶의 가치들이 오히려 이들에게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어느덧 그들을 이해하는 자신과 마주하게 돼.
그리고 마침내 보편적인 삶의 가치와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게 돼.

 

2.
맞아. 크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 <그랜 토리노> 얘기야.
미국에서 진정한 보수주의자라고 칭송을 받는 그는 영화에서 ‘보수주의가 지켜야 하는 가치’란 어떤 것인지를 담담하지만, 감동적으로 보여줘.
갑자기 <그랜 토리노>가 생각난 것은 최근 인터넷에서 본 한장의 사진 때문이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중학생들을 보도한 <오마이뉴스>의 기사였어. 기사의 사진에서 학생들은 ‘대한민국 역사 교육은 죽었습니다’란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행진해. 그런데 느닷없이 어떤 사람이 학생들에게 발길질을 하는 거야.
사진에 얼굴은 나오지 않지만 입은 행색으로 보아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남자였어.
시쳇말로 뚜껑이 열리더라.
이름에 붙은 단어를 부끄럽게 만드는 몇몇 자칭 보수단체들의 수준 이하 행동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건 너무한다 싶더라고…. 발길질을 해도 어느 정도 비슷한 상대에게 해야지…. 손자뻘되는 애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을 걸까. 아니면 요즘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이런 행동을 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할만큼 퇴행한 걸까.

 

 

3.
‘진보주의자는 공감을 중시하는 반면 보수주의자는 예의를 중시한다’고 누군가 얘기했어. 진정한 보수는 품격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성찰이 있어야 한다는 말 아니겠어.
물론, 지금의 역사교과서 문제가 보수와 진보의 문제냐, 또는 우리나라의 보수가 ‘진짜 보수’냐 라는 물음 앞에 이런 것은 무의미해 지지만 말이야.
요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다보면 솔직히 좀 두려워.
국정화에 반대하는 학자들에 대해 “우리나라 역사학자 90%가 좌파”라고 아주 쉽게 말할 수 있는 그 자신감이 두려워. 150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가진 당의 의원총회에서, 절반 이상의 국민이 반대하는 사안을 일사천리로 당론으로 채택할 수 있는 그 자신감이 두려워.
중학생들을 향한 발길질과 집권세력의 자신감은 한뿌리라는 생각이 들어. 뭘해도 결국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거지.
자유당때 깡패를 동원해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을 백주 대낮에 두들겨 팼다지. 눈앞의 부조리에 대해 귀찮고 불편해 외면하는 사이, 우리는 이미 자유당으로 돌아간 것인지도 모르겠어.

Posted by 조진호

 

 

 

 

1.
한 풀 꺾이기는 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SF영화 <인터스텔라>의 흥행 돌풍은 정말 대단했어.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지, 아마…. 지난 11월 초 개봉한 후 한때 예매율이 87%에 이른 적도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관객을 블랙홀처럼 끌어당긴 셈이야.
한 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12편의 1000만 영화가 나왔지만, 전통적 비수기에 개봉해 방학, 연휴 특수도 없이 폭발적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없었다고 해.
수입사 측도 놀라는 눈치야. 놀란 감독의 이름값도 있고 해서 어느 정도 흥행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은 예상범주를 넘어선 것이라고 어느 기사에서 소개하더라고.
무엇보다 영화가 어렵잖아? 할리우드산 영화답게 가족간의 사랑을 바탕에 깔고 있기는 하지만 웜홀과 블랙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등 물리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내용들이 영화를 가득 채우는데 솔직히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었어. 여기에 3시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도 흥행에 불리한 요소였지.
그래서인지, 북미와 유럽에서는 신통찮은 성적을 거뒀다는 후문이야. 우리보다 훨씬 SF장르에 친화적인 관객들이 많은 동네인데도 말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어려운 영화의 내용이 입소문을 타는 호재가 됐어. 자녀들을 데리고 극장을 찾거나, 두번 세번 보는 관객이 늘면서 한마디로 터진거지. <인터스텔라>가 우리나라에서 유독 흥행한 데는 한국인 특유의 지적 호기심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한 영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더라고.


2.
그런데 이렇게 지적 호기심으로 충만한 사람들이 많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 전혀 지적이지 않은 것도 있어. 이른바 ’좌파 타령’ ‘종북 몰이’지.
지난 17일 ‘대한민국여성연합’이라는 단체가 ‘마녀사냥 언론 호들갑, 조현아 죽이기 그만하자!’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배포했어. 물론 그 후에 ‘사전 협의 없이 성명이 나갔다’는 등 단체 내부에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논외로 치자고.
흥미로운 부분은 성명서의 내용이야. “반성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못하는 무자비한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며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태의 책임을 ‘참여연대와 좌파시민단체의 마녀사냥’탓으로 돌리더라고.
뭐, 사람들의 생각은 다 다르니 ‘무자비하게 내몰지 말고 반성할 기회를 주자’는 부분은 그럴 수 있다고 봐. 그런데 느닷없는 좌파타령은 뭐냐고! ‘땅콩 회항’사태에서 어떻게 좌파를 생각해 낼 수 있는지, 머리 속을 들여다 보고 싶을 정도야.
하기는, 돌이켜보면 최근에만 해도 광우병 사태, 국정원 선거개입, 세월호 사건 등 종북몰이가 없었던 적은 없었어. 권력에 불리한 국면이 전개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게 ‘좌파타령’ ‘종북타령’이었지.
이번 ‘청와대 비선 국정개입 의혹사건’에서도 역시나야.
우스개 소리로 ‘기승전종북’, 기득권 세력에게는 전가의 보도지.


3.
그런데 어이없는 것은 이게 먹힌다는 거지. 효과가 없었던 적은 보지 못한것 같아.
그런데 말이야. <인터스텔라>와 ‘기승전종북’…. 이게 어울린다고 봐? 지적 호기심으로 충만해 <인터스텔라>를 연구하듯 보는 사람들이 반지성적인 종북몰이에 이토록 쉽게 휩쓸리는 것을 이해할 수가 있냐고?
물론 <인터스텔라>의 열풍을 지적 호기심이 아니라 지적 허영심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기는 해. <인터스텔라>를 안보면 뭔가 뒤떨어지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탓에 영화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나…. 실제로 <인터스텔라>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얘기하기 위해 두 세번씩 영화를 봤다는 사람도 있나 보더라고.
그렇지만, 지적 허영심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지적으로 보이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리도 쉽게 반지성적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냐고. 그것도 케케묵은 종북타령에 말이야.
한국인들의 머릿속에 불랙홀과 웜홀이 있어서 시공을 초월해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넘나들기라도 하는 것일까!

Posted by 조진호

 

 

1.
기억이 맞다면 동성애를 영화에서 처음 본 것은 <폴리스 아카데미> 1편이었어.
코믹물이었던 만큼 심각한 내용은 아니었지. 주인공을 괴롭히던 나쁜 녀석 둘이 어쩌다 잘못 들어간 게이바에서 난처한 일을 당하는 설정이야.
물론 그 전에도 막연하게나마 ‘동성애의 존재’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동성애의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다가온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같아.
영화속에서 게이바에 있던 동성애자들은 하나같이 우락부락한데다 쇠사슬 따위를 몸에 감은 패션을 하고 있고, 잘못 들어가 그들에 둘러싸인 녀석들은 (나중에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질색팔색을 하지.
벌써 30여년전 영화속 장면인데도, 요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미지와 별반 차이가 없어. 한참 후에 나온 영화 <에이스벤추라>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은 아주 처절할 정도로 코믹하게 표현되지.
동성애는 그저 이 정도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스테레오타이핑된 것 같아. 조롱이 아니면 혐오의 대상이야. 범죄, 마약, 에이즈 따위와 결부되는….

 

2.
동성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된 계기는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죽음이었어. 알려진 것처럼 그는 동성애자였고 폐렴을 동반한 에이즈 합병증으로 죽었지.(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에이즈 환자중에는 이성애자가 더 많으니 괜한 연결은 짓지마)
완전 쇼크였어. 저렇게 멋진 사람이 동성애자였다니…. 당시에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그 뒤로 엘튼 존, 조지 마이클, 조디 포스터 등등 멀쩡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대단한 사람들이 줄줄이 커밍아웃 하는 것을 보고 동성애자들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진 것이 사실이야.
그런데 돌이켜보면 프레디 머큐리도 공식적으로 단 하루만 동성애자로 살았어, 죽기 하루전에야 공식 커밍아웃을 했으니 말이야. 그 대단한 프레디 머큐리도 커밍아웃을 주저할만큼, 동성애에 대한 반감은 서구사회에서도 강했다고 봐야지.
최근에는 애플 CEO 팀 쿡의 커밍아웃이 세계적인 화제가 됐어. 그는 “나는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우며 이는 신이 내게 준 선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동성애자로 살면서 소수자에 대해 깊이 이해를 할 수 있었고 더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지.
흥미로운 것은 세상의 반응이야. 예전 같으면 주가 떨어질 걱정을 먼저 했을 애플이사회는 물론 각계의 지지가 이어졌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용기 있는 리더가 무엇인지 보여준 팀에게 감사한다”고 했고, 피차이 구글 부사장도 “정말 감격스럽다. 이번 일이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해.
세상은 변한것일까. 물론 일부 사회에서 동성간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될 만큼 과거와 달라진 것은 분명해. 하지만 ‘성소수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나섰다’는 팀 쿡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여전히 많은 편견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야.

 

3.
팀 쿡 같은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또 달라지겠지만, 여전히 더 많은 사람들은 차별이 두려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 것이 분명해.
최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를 인정하려다가 제동이 걸린 모양이야. 교황은 바티칸에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임시총회를 소집하고 동성애·이혼을 인정하는 내용의 중간보고서까지 발표했지만, 가톨릭 내 보수 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승인을 받는 데 실패했다고 해.
동성애자 입장에서는 그나마 그동안 씌워 왔던 ‘죄인’의 굴레를 벗겨줬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국내에서도 요즘 동성애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한 논란이 있나봐. 보수파 목사들을 중심으로 개신교계의 반대가 심한 것 같더라고.
문득 생각해 봤어,
독실한 신자인 내 어머니를 비롯해 많은 개신교 신자들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잖아? 일제 식민지나 6.25전쟁도 하나님의 뜻이니 수긍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 말 다했지. 그런데 왜 동성애에 대해서는 이렇게 완강할까. 동성애가 존재한다는 것은 동성애 역시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기 때문이고, 하나님 뜻이 궁극적으로 동성애 반대에 있다면 결국 가만히 둬도 동성애는 없어질 것 아닌가….
그래서 말인데, 기독교인이라면 동성애를 탄압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게 더 종교인에 어울리는 모습이 아닐까 해.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사진이 생각나. 동성애자 아들을 둔 아버지가 플래카드를 든 사진이었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렇게 써 있었어.
‘나는 평생동안 수많은 시계를 고쳤습니다. 그렇지만 내 아들은 고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내 아들은 고장난게 아니니까요.’

동성애에 대한 호불호 또는 인정 여부를 떠나, 무엇보다 한 인간이 평생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아니 감추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 아닌가 싶어. 정말 인간적으로 안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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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진호

 

 

1.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극작가 드라이만은 우연히 과거 동독 고위 당국자를 만나 묻는다. 왜 그때 반체제 인사였던 자신을 가만히 두었냐고…. 그러자 당국자는 비웃음을 만면에 담고 말한다. 우리가 당신을 그냥 나뒀을것 같아?
집으로 돌아온 드라이만이 찾아낸 것은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도청 장치들이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년 전, 비밀경찰 비즐러는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애인이자 인기 배우 크리스타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드라이만을 체포할 만한 단서는 찾을 수 없다. 비즐러는 오히려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삶으로 인해 감동받고 사랑을 느끼며 이전의 삶과는 달리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2007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영화 <타인의 삶>은 사회주의 체제 존립을 위해 ‘국민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신념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던 정보국 요원의 반전된 삶을 그려 감동을 주었다.
영화에서처럼 당시 동독은 체제 존립을 위해 10만명의 비밀경찰과 이보다 더많은 끄나풀(스파이)를 동원해 국민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다. 하지만 자유로운 사회였던 서독과의 체제경쟁에서 패배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은 결국 동독이었다.

 

2.
정부의 인터넷 감시 우려에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 잇따르고 있다.
검찰이 유언비어 단속을 내세우며 인터넷 검열 방침을 발표한 게 주된 이유다.
특히 독일산 메신저앱인 ‘텔레그램’의 인기가 급상승, 국내 시장을 석권해온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텔레그램은 대화상대를 일일히 암호화할 수 있고, 대화 내용이 저장되지도 않으며,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공안당국에게 감시당할 염려가 없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의 폭발적인 수요 덕분인지 텔레그램은 글로벌 다운로드 순위도 100위권 밖에 있다가 10위권 내로 껑충 뛰어 올랐다. 듣자하니 한국어 서비스도 준비하는 모양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신속하게 SNS 유언비어 단속에 나선 검찰이 엉뚱하게 국내 업체를 궁지로 몰고 외국 업체를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파문이 커지자 검찰은 “카카오톡 같은 SNS는 사적 공간인 만큼 고소·고발이 들어오지 않는 한 검색하거나 수사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공안당국의 사이버 감시에 대한 누리꾼들의 의구심은 줄어들지 않고 있어 ‘사이버 망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
새로 시작된 SBS의 사극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이 화제다.
드라마의 소재는 재탕, 삼탕에 더 이상 우려낼 것도 없을듯 싶은 영조-사도세자의 얘기. 하지만 참신한 기획과 연기자들의 호연이 더해져 단 2회만에 월화극 시청률 1위에 올랐을만큼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세책’을 둘러싼 사도세자와 조정 신료들의 대립 장면. (세책이란 일정한 돈을 받고 책을 빌려 주는 것 또는 그 책을 말하는 것으로, 초창기의 한글 소설은 주로 부녀자들이 책방에서 세책으로 많이 보았다.)
조정의 단속과 엄벌에도 민간의 세책 유통이 끊이지 않고, 오히려 번성하자 저잣거리의 실태를 둘러 본 사도세자가 신료들을 모아놓고 선언한다.
“세책은 물론 민간의 출판과 유통 모두 허하겠소!”
“아이되옵니다~. 이 모든 것들이 혹세무민하는 잡서 아니옵니까?”
“무민이 아니라 낙민(樂民)…, 백성들을 즐겁게 하니 잡서가 아니라 양서지요.”
“역심을 부추기는 내용이 태반이옵니다.”
“그래서 홍길동전 읽은 백성들이 역도로 돌변하기라도 한답니까?”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요.”
“가능한 일이라면, 이 나라가 틀린겁니다! 정사를 대체 어찌 하였기에 백성들이 고작 이야기책 하나 읽고 역도로 돌변한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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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진호

 

 

1.
얼마전 가족 모임이 있던 주말이었어.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끝내고 나오니 엄마, 누나, 매형 할 것 없이 모든 가족이 눈이 빠져라 TV에 집중하고 있었어. 아예 TV 속으로 들어갈 기세더군.
어쩔 수 없이 한 자리 끼어 보게 됐지.
그런데 묘하더라~. 분명 흔히 말하는 ‘막장 드라마’인데 의외로 재미있는 거야. 잠깐 봤을 뿐인데 막~ 빠져들지 뭐야. 그날 이후로 주말 저녁만 되면 나도 모르게 채널을 돌리게 되더군.
맞아! ‘장보리’ 얘기야.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은 아닌가 봐. 회사에 왔더니 역시 아저씨인 모씨들도 장보리 얘기를 하더라고. 하기야 시청률이 30%대를 훌쩍 넘겼다고 하니 ‘국민드라마’가 머잖았다고 봐야지.
아저씨들까지 사로잡는 ‘막장 장보리’의 매력은 뭘까.

2.
줄거리는 뻔~하더군.
중간에 한번 봤을 뿐이데, 이전 스토리는 더 알 필요가 없더라고. 아니 전혀 궁금하지가 않았다고 봐야겠지. 대강의 줄거리나 인물 간 갈등구조…, 이런 게 그냥 머릿속에 확 들어오는 거야. 그만큼 단순하다는 얘기지.
그냥 장보리는 선, 연민정은 악이야. 드라마는 이 양 극단을 왔다 갔다 하면서 소시오패스 같은 연민정에게서 분통을 터뜨리게 만들고, 거기에 늘 당하는 착하디착한 장보리를 보면서 마음을 졸이게 하지.
요즘 미드 <왕좌의 게임>으로 만들어져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를 봐 봐. 얼마나 얘기가 복잡해. 한 인물의 과거를 모르면 그가 왜 지금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되는 경우가 많지. 선과 악의 구분도 모호해. 악인들마저 그의 과거를 알면 감정이입이 되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야.
그에 비해 장보리는 시원시원하지. 머리 복잡하게 볼 필요가 전혀 없는 거야.
스토리 전개에도 ‘우연’이 많이 개입하지. 드라마를 보면 누군가가 우연하게 엿듣는 장면이 유독 많아. 그러면서 얘기가 풀려나가는 거야. 우연적 요소…. 중학교 때 배웠던 고대소설의 특징이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머리 복잡하게 볼 필요가 전혀 없는 거야.
거기에다 인물들 간에 치고받는 사건들이 숨막힐 듯 빠르게 전개되니 일단 보면 안 빠져들 수가 없지.

3.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매력 포인트가 있어. 바로 권선징악이지.
우리는 이미 장보리의 결말을 알고 있어. 아무리 장보리가 연민정에게 당해도…, 악행이 탄로날 듯싶다가도 구미호 같은 재주를 부려 연민정이 번번이 위기를 벗어나도 결국은 이야기의 끝을 누구나 예상하고 있지.
만약에 말이야~
드라마가 이렇게 끝난다면 어떨까. 장보리 큰엄마는 분함을 못 이겨 미쳐 버리고…, 장보리는 쫓겨나 결국 이혼하고…, 비슬채를 차지한 연민정이 득의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드라마가 끝난다면 말이야.
어떤 게 더 막장일까.
기사를 찾아보니 장보리 작가가 “현실에서는 더 기가 막힌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선악 구분이 분명한 드라마의 권선징악 결말을 통해 시청자들은 통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더라고.
맞는 말이야. 현실은 더 막장이지. 적어도 드라마에서는 악이 응징당하지만 현실은 반대의 경우가 너무 많아. 특히 요즘 돌아가는 꼴을 봐. 권력을 이용해 대놓고 사슴을 말로 만드는 일이 허다하잖아?
그런데 말이야. 권선징악의 결말 역시 고대소설의 주요한 특징 아니겠어?
생각해 봐. 계급차별이 엄존했던 왕조시대에 얼마나 막장 같은 억울한 일이 많았으면 민초들이 소설이란 새 장르에 권선징악의 주제를 가장 앞세워 담아 냈을까 말이야.
장보리의 인기 역시 ‘퇴행의 조짐이 역력한 2014년 한국’을 살아가는 대다수 민초의 속풀이가 아닐까 싶어….
적어도 장보리의 결말만은 선과 악이 제자리를 찾아가지 않겠어?
어서 속시원한 결말을 보고 싶어. 이제 그만 질질 끌고 말이야….
퇴행의 2014년, 내 맘에 들어왔다! 장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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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진호

이런 생각

■좀비는 있다!





1.

많은 이들이 눈여겨보지 않았겠지만 호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뉴스가 지난 5월쯤 외신에 잠깐 등장했다.


미국 국방부가 ‘좀비’ 확산에 대비해 시민들의 안전 보장을 위해 마련했다는 문건을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가 입수해 공개한 것. 문건은 2011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위치한 미군 전략사령부에서 작성한 것으로, 좀비가 발생해 일반 시민들을 공격할 경우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계획안을 담았다. 흥미로운 것은 문건에 “이 계획은 농담(joke)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라는 표현까지 나와 있다는 점이다.


펜타곤은 “단지 훈련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고 한발 뺐지만, 미군이 좀비 확산 사태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실제로 마련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그럼 그렇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 나는 법이고, 냄새가 나는 것은 누군가 가스를 뿜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근래 들어 좀비를 다룬 영화, TV드라마, 소설 등이 범람하는 것은 뭔가 실제로 있다는 얘기….



2.

알려진 것처럼 좀비는 카리브해 아이티의 부두교 전설에서 유래된 존재로 ‘인간을 공격하는 걸어다니는 시체’로 묘사된다. 특이한 것은 이들의 출신성분. 스티븐 킹이 “세상의 모든 괴물은 뱀파이어,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의 변주”라고 언급했던, 중세 유럽 고딕문학의 전통에서 탄생한 ‘빅3’와는 근본을 달리하는 ‘신대륙 출신’이다. 오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원이나 역사적 배경 등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변주도 자유로운 것이 좀비물의 특징이다.


따라서 작가들은 좀비가 나타나게 된 이유를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종교적 문제부터 국가기관의 실험, 바이러스, 핵전쟁 등 아무것이나 갖다 붙이면 그만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 <셀>에서는 휴대전화 전자파가 원인이고, 영화 <28일 후>에서는 원숭이 실험 중 발생한 ‘분노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심지어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이나 최근의 인기 미드인 <워킹데드>에서는 좀비가 왜 나타났는지를 굳이 설명하지도 않는다.


좀비의 이미지는 조지 로메로의 이른바 ‘시체 3부작’을 통해 완성되는데, 평론가들은 ‘로메로의 좀비’를 영혼을 잃은 현대의 대중들에 대한 은유로 읽는다. 특히 <시체들의 새벽>에서 쇼핑몰을 배회하는 좀비의 존재는, 대량소비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세뇌당한 채 끌려 다니는 대중에 대한 비판이라고 설명한다.


좀비는 어기적거리며 떼로 몰려다니고, 사람을 산 채로 뜯어 먹는다거나, 뇌를 파 먹는데 집착한다.

또 좀비에 물린 인간은 마찬가지로 좀비가 돼 기하급수적으로 숫자를 늘리는 것이 특징이다.

좀비는 인간의 부정적 진화형이다. 영혼 없이 인육에 대한 맹목적인 탐욕만을 습관적으로 되풀이하는 존재다.


3.

최근 마치 어떤 신호라도 있었던 것처럼 세월호 유가족을 희롱하고 비아냥대는 글이 온라인상에 넘쳐난다. 차마 입에 담기 싫은 욕들이 자식을 잃은 부모들을 향해 퍼부어진다. 같은 내용이 계정만 달리해 여기저기 올라오는 경우도 흔하다. 진실을 요구하며 목숨을 걸고 40일 넘게 음식을 거부한 ‘부정(父情)’을 바로 면전에서 조롱하는 이해불가의 몰상식도 등장했다.


특정 상황이 오면 떼로 몰려다니며,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굴레(대표적으로 ‘종북’)를 씌우고 습관적으로 사람을 물어뜯는다는 점이 지금껏 보아 온 그들의 특징이다.

논리도 없고 사실 왜곡도 서슴지 않으며, 타자를 향해 언어폭력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껴 습관적으로 되풀이한다. 혹독한 경쟁사회가 만든 결핍 속에서 많은 이들이 이같은 중독성에 감염되는 듯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때로는 국가기관이 고의 또는 실수(개인적 일탈?)로 악성 바이러스를 기하급수적으로 확산시키기도 한다.


단언컨대 좀비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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