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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풀 꺾이기는 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SF영화 <인터스텔라>의 흥행 돌풍은 정말 대단했어.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지, 아마…. 지난 11월 초 개봉한 후 한때 예매율이 87%에 이른 적도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관객을 블랙홀처럼 끌어당긴 셈이야.
한 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12편의 1000만 영화가 나왔지만, 전통적 비수기에 개봉해 방학, 연휴 특수도 없이 폭발적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없었다고 해.
수입사 측도 놀라는 눈치야. 놀란 감독의 이름값도 있고 해서 어느 정도 흥행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은 예상범주를 넘어선 것이라고 어느 기사에서 소개하더라고.
무엇보다 영화가 어렵잖아? 할리우드산 영화답게 가족간의 사랑을 바탕에 깔고 있기는 하지만 웜홀과 블랙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등 물리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내용들이 영화를 가득 채우는데 솔직히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었어. 여기에 3시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도 흥행에 불리한 요소였지.
그래서인지, 북미와 유럽에서는 신통찮은 성적을 거뒀다는 후문이야. 우리보다 훨씬 SF장르에 친화적인 관객들이 많은 동네인데도 말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어려운 영화의 내용이 입소문을 타는 호재가 됐어. 자녀들을 데리고 극장을 찾거나, 두번 세번 보는 관객이 늘면서 한마디로 터진거지. <인터스텔라>가 우리나라에서 유독 흥행한 데는 한국인 특유의 지적 호기심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한 영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더라고.


2.
그런데 이렇게 지적 호기심으로 충만한 사람들이 많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 전혀 지적이지 않은 것도 있어. 이른바 ’좌파 타령’ ‘종북 몰이’지.
지난 17일 ‘대한민국여성연합’이라는 단체가 ‘마녀사냥 언론 호들갑, 조현아 죽이기 그만하자!’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배포했어. 물론 그 후에 ‘사전 협의 없이 성명이 나갔다’는 등 단체 내부에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논외로 치자고.
흥미로운 부분은 성명서의 내용이야. “반성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못하는 무자비한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며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태의 책임을 ‘참여연대와 좌파시민단체의 마녀사냥’탓으로 돌리더라고.
뭐, 사람들의 생각은 다 다르니 ‘무자비하게 내몰지 말고 반성할 기회를 주자’는 부분은 그럴 수 있다고 봐. 그런데 느닷없는 좌파타령은 뭐냐고! ‘땅콩 회항’사태에서 어떻게 좌파를 생각해 낼 수 있는지, 머리 속을 들여다 보고 싶을 정도야.
하기는, 돌이켜보면 최근에만 해도 광우병 사태, 국정원 선거개입, 세월호 사건 등 종북몰이가 없었던 적은 없었어. 권력에 불리한 국면이 전개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게 ‘좌파타령’ ‘종북타령’이었지.
이번 ‘청와대 비선 국정개입 의혹사건’에서도 역시나야.
우스개 소리로 ‘기승전종북’, 기득권 세력에게는 전가의 보도지.


3.
그런데 어이없는 것은 이게 먹힌다는 거지. 효과가 없었던 적은 보지 못한것 같아.
그런데 말이야. <인터스텔라>와 ‘기승전종북’…. 이게 어울린다고 봐? 지적 호기심으로 충만해 <인터스텔라>를 연구하듯 보는 사람들이 반지성적인 종북몰이에 이토록 쉽게 휩쓸리는 것을 이해할 수가 있냐고?
물론 <인터스텔라>의 열풍을 지적 호기심이 아니라 지적 허영심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기는 해. <인터스텔라>를 안보면 뭔가 뒤떨어지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탓에 영화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나…. 실제로 <인터스텔라>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얘기하기 위해 두 세번씩 영화를 봤다는 사람도 있나 보더라고.
그렇지만, 지적 허영심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지적으로 보이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리도 쉽게 반지성적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냐고. 그것도 케케묵은 종북타령에 말이야.
한국인들의 머릿속에 불랙홀과 웜홀이 있어서 시공을 초월해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넘나들기라도 하는 것일까!

Posted by 조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