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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억이 맞다면 동성애를 영화에서 처음 본 것은 <폴리스 아카데미> 1편이었어.
코믹물이었던 만큼 심각한 내용은 아니었지. 주인공을 괴롭히던 나쁜 녀석 둘이 어쩌다 잘못 들어간 게이바에서 난처한 일을 당하는 설정이야.
물론 그 전에도 막연하게나마 ‘동성애의 존재’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동성애의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다가온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같아.
영화속에서 게이바에 있던 동성애자들은 하나같이 우락부락한데다 쇠사슬 따위를 몸에 감은 패션을 하고 있고, 잘못 들어가 그들에 둘러싸인 녀석들은 (나중에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질색팔색을 하지.
벌써 30여년전 영화속 장면인데도, 요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미지와 별반 차이가 없어. 한참 후에 나온 영화 <에이스벤추라>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은 아주 처절할 정도로 코믹하게 표현되지.
동성애는 그저 이 정도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스테레오타이핑된 것 같아. 조롱이 아니면 혐오의 대상이야. 범죄, 마약, 에이즈 따위와 결부되는….

 

2.
동성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된 계기는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죽음이었어. 알려진 것처럼 그는 동성애자였고 폐렴을 동반한 에이즈 합병증으로 죽었지.(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에이즈 환자중에는 이성애자가 더 많으니 괜한 연결은 짓지마)
완전 쇼크였어. 저렇게 멋진 사람이 동성애자였다니…. 당시에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그 뒤로 엘튼 존, 조지 마이클, 조디 포스터 등등 멀쩡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대단한 사람들이 줄줄이 커밍아웃 하는 것을 보고 동성애자들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진 것이 사실이야.
그런데 돌이켜보면 프레디 머큐리도 공식적으로 단 하루만 동성애자로 살았어, 죽기 하루전에야 공식 커밍아웃을 했으니 말이야. 그 대단한 프레디 머큐리도 커밍아웃을 주저할만큼, 동성애에 대한 반감은 서구사회에서도 강했다고 봐야지.
최근에는 애플 CEO 팀 쿡의 커밍아웃이 세계적인 화제가 됐어. 그는 “나는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우며 이는 신이 내게 준 선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동성애자로 살면서 소수자에 대해 깊이 이해를 할 수 있었고 더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지.
흥미로운 것은 세상의 반응이야. 예전 같으면 주가 떨어질 걱정을 먼저 했을 애플이사회는 물론 각계의 지지가 이어졌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용기 있는 리더가 무엇인지 보여준 팀에게 감사한다”고 했고, 피차이 구글 부사장도 “정말 감격스럽다. 이번 일이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해.
세상은 변한것일까. 물론 일부 사회에서 동성간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될 만큼 과거와 달라진 것은 분명해. 하지만 ‘성소수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나섰다’는 팀 쿡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여전히 많은 편견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야.

 

3.
팀 쿡 같은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또 달라지겠지만, 여전히 더 많은 사람들은 차별이 두려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 것이 분명해.
최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를 인정하려다가 제동이 걸린 모양이야. 교황은 바티칸에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임시총회를 소집하고 동성애·이혼을 인정하는 내용의 중간보고서까지 발표했지만, 가톨릭 내 보수 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승인을 받는 데 실패했다고 해.
동성애자 입장에서는 그나마 그동안 씌워 왔던 ‘죄인’의 굴레를 벗겨줬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국내에서도 요즘 동성애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한 논란이 있나봐. 보수파 목사들을 중심으로 개신교계의 반대가 심한 것 같더라고.
문득 생각해 봤어,
독실한 신자인 내 어머니를 비롯해 많은 개신교 신자들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잖아? 일제 식민지나 6.25전쟁도 하나님의 뜻이니 수긍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 말 다했지. 그런데 왜 동성애에 대해서는 이렇게 완강할까. 동성애가 존재한다는 것은 동성애 역시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기 때문이고, 하나님 뜻이 궁극적으로 동성애 반대에 있다면 결국 가만히 둬도 동성애는 없어질 것 아닌가….
그래서 말인데, 기독교인이라면 동성애를 탄압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게 더 종교인에 어울리는 모습이 아닐까 해.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사진이 생각나. 동성애자 아들을 둔 아버지가 플래카드를 든 사진이었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렇게 써 있었어.
‘나는 평생동안 수많은 시계를 고쳤습니다. 그렇지만 내 아들은 고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내 아들은 고장난게 아니니까요.’

동성애에 대한 호불호 또는 인정 여부를 떠나, 무엇보다 한 인간이 평생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아니 감추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 아닌가 싶어. 정말 인간적으로 안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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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