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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지인들과 한잔 하던중에 지난번 블로그에 썼던 ‘기억에 남는 영화속 죽음들’이 잠시 화제가 됐어.
그들이 하찮은 내 블로그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물론 아니고, 내가 살짝 꺼낸 얘기였지. 당신들이 기억하는 영화속 죽음들은 무엇인가 하고….
그런데 웃기는 건, 영화속 죽음에 대해 잠시 얘기가 오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죽음은 간데 없고 영화속 섹스가 안줏거리가 된거야.
한참을 떠들다가 한 친구가 그러더군. 다음번 글은 ‘기억에 남는 영화속 섹스’에 대해 쓰라고 말이야.
뭐 못할 것도 없다 싶었지. 마침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도’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타이밍도 좋고.
그런데 말이야. 글을 쓰려고 보니 그게 그리 쉽지 않더라고. 일단 그런 류의 영화를 본게 많지 않았던지 기억에 남는게 별로 없는거야.
아~ 물론 보기야 많이 봤지. 언젠가 차태현이 TV에서 얘기해 화제가 됐던 <악령의 사춘기>부터, 줄거리 없이 살색만 보이는 비디오까지…. 남들 보는만큼은 봤어.
그렇지만 여기서 말하려는 건 그런거 말고 진짜 영화 아니겠어. 작품성이 중요하다는 얘기지.
또 하나.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영화는 죄다 어릴적 본 것들이란 점이 희한하더라고. 분명 나이들어 본 영화중에도 있을법한데 말이지. 역시 세상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영화는 실비아 크리스텔 주연의 <개인교수>야.
중학교에 갓 입학했던 1980년대 초반, 또래들의 핫이슈였지. ‘텅 빈 집안, 단 둘만 남았으니….’ 길 옆 담벼락에 붙은 영화 포스터의 글귀만 봐도 얼굴이 달아오르던 시절이었어. 유달리 2차 성징이 일찍 발달해 제법 성인 티가 나는 녀석들이 반 마다 1~2명씩은 있기 마련이잖아. 대학생 형의 옷을 훔쳐 입고 영화를 보고 온 녀석들이 ‘썰’을 풀기라도 하면, 교실엔 번뜩이는 수십개의 눈동자와 이따금 터져나오는 한숨 뿐이었어. 뭐가 뭔지도 잘 모르는 놈들이 말이야.

 

본격적으로 살색이 나오는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 본것은 <그로잉 업>이었던것 같아.
예전에는 몇년 지난 영화를 두편씩 보여주던 동시상영관이라고 있었잖아? 내 고향도 물론이야. 영화를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삼겹살 굽는 냄새가 극장안에 막 퍼져. 영화 끝나고 나와 보면 매표소 누나와 표받는 아저씨, 매점 아줌마가 극장 로비에서 삼겹살을 구어먹던 그런 극장이었어. 알만하지?
<그로잉 업>은 고등학생들의 성을 다룬 코미디 물이야. 임창정 하지원이 나온 <색즉시공>을 떠올리면 되지. 그렇지만 <색즉시공>과 달리 완전한 코미디는 아니었어. 영화 초반이던가, 참기름통에 한달은 들어있다가 나온듯한 뺀질이가 어떤 쭉쭉빵빵한 여자집에서 물건을 옮겨주다가 잼이 든 병을 깨는 장면이 나오지. 그런데 그 쭉빵녀가 잼을 손가락에 가득 묻히더니 느닷없이 뺀질이 입에 스윽~하고 넣는 거야. 쇼킹했지.  <그로잉 업>은 50~60년대 팝이 영화 내내 나오던 것으로도 기억에 남아.

 

진짜 쇼킹은 미키 루크와 킴 베이싱어가 나온 <나인 하프 위크>야.
일일이 열거하는게 의미가 없을 만큼 명장면으로 가득한 ‘명작 중의 명작’이지. ‘앵두’나 ‘딸기’로 대표되는 당시의 한국영화(그때는 방화라고 불렀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비주얼과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에 할리우드와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동경과 존경심이 팍팍 샘솟았더랬어.
다시 생각해도 어느것 하나 뺄 것 없는 명장면 들이지만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영화 중간쯤이던가. 미키 루크가 킴 베이싱거 눈을 가리고 이~뻐해주는 장면 있잖아. 아이스크림도 먹였다가, 아주 매운 고추도 먹였다가 하는…. 기가 막히데~, 세상에 저런 것도 있구나 싶었지.
당시엔 미키 루크가 나온 또다른 영화 <와일드 오키드>나 <투문정션> 같은 명작들이 꽤 있었던 것 같아. 스릴러와 접목한 <바늘구멍>이나 <보디히트>도 좋았고 말이야.
그나저나 아까운건 미키 루크야. 그런 미소를 짓던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그밖에 <모넬라> <올 레이디 두잇> 같은 틴토 브라스의 영화나 비가스 루나의 <하몽하몽>도 나름 괜찮았어. 또 정사장면이 나오지는 않지만 패트릭 스웨이즈와 데미 무어가 궁극의 백허그를 보여준 <사랑과 영혼>도 기억에 남고. 사이버 섹스를 거의 처음으로 다룬 <론머맨>과 <데몰리션맨>도 빼놓으면 안되지.

 

가장 최근 영화중 기억나는 건 2차대전 당시 스탈린그라드 에서 독일과 소련 스나이퍼가 대결하는 <에너미 앳 더 게이트 >야. 영화 종반쯤에 주드 로와 레이첼 와이즈가 정사를 나누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지. 폐허가 된 시가지에서의 정사를 부감샷으로 잡은 장면, 다들 기억날거야.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아! 하는 감탄사가 봄볕에 꽃봉오리 벌어지듯 터져나왔어. 저런 것이구나...

 

 

그렇지만 말이야.
내 기억속에 가장 또렷하게 남아있는 장면은 <파리 텍사스>의 마지막이야. 우리식으로 ‘거울방’이라고 하면 되나? 트래비스가 거울을 사이에 두고 찾아 헤매던 아내 제인을 만나던 장면말이야. 물론 여기에는 정사신도 없고, <파리 텍사스>는 그런 장르와는 거리가 멀어. 더욱이 이 장면은 아주 슬픈  장면이야.
그런데 나는 이장면이 그렇게 기억에 남아. 뭔가 슬픔이 가득하면서도 에로틱한 분위기가 흘러 넘쳐.
내가 나스타샤 킨스키를 유독 좋아해서 였을까. 지금도 그 분홍 스웨터와 제인의 찰랑대는 금발이 눈에 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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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조진호